[단편]무주(武酒)골의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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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옛적, 에…… 그러니까 한 기원전 1만 년 쯤 되는 때에 한반도에는 환국(患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환국은 만주에서 발원하여 서로는 아메리카부터 동으로는 아메리카까지 정복한 위대한 나라였다. 그러나 환국은 오래 가질 못했다. 한 때 강력한 제국이었던 환국은 오랑캐들에게 시달려 점차 쇠약해져만 갔다.

 어째서 전 세계를 정복한 환국이 오랑캐들의 침입을 받았는가는 중요치 않다. '아마 미처 정복하지 못한 자그만 섬에서 전투종족들이 침입해 1억 민중을 벌벌 떨게 했나 보다.'하고 여기면 된다. 중요한 것은 환국이 오랑캐들의 침입을 받았다는 것이다.

 오랑캐들의 침입을 받은 환국은 무력하게 당해나갔다. 남아메리카에서, 또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복을 입은 전사들이 처참하게 죽음을 맞았다. 남쪽의 전투종족들은 무척 강했다. 환국의 영토는 물 맞은 스펀지마냥 축축하게 젖어들며 줄어만 갔다.

 물론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나라가 있으면 우국충정의 무사들이 있는 법. 무사들은 맨 몸으로 달려들어 원주민들을 상대했다. 그러나 전투종족들은 강하고 사악했으며, 또 교활하기까지 했다. 결국 전쟁은 길어졌다.

 무사들은 선비정신을 부르짖으며 영혼을 바치고 쉽게 쓰러지지 않는 적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전투종족은 강했다. 무사들은 하나둘 쓰러져가고 환국의 영토는 한반도를 그 최후 방어선으로 할 때까지 줄어들고 말았다.

 오호 통재라! 환국의 큰 영토를 보며 자위행위를 하던 우국충정의 선비들이 그것을 두고만 볼 리가 없었다. 그들은 술과 무(武)를 중요시하는 고을 무주골을 만들어 한민족의 기상과 산천의 정기를 받은 소드마스터들을 길러내기 시작하기로 했다.

 무주골은 그들의 지원 하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물론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유희를 위해 술을 허용하다보니, 무주골에서는 술을 마시고 멀쩡한 행인에게 검을 휘둘러대며 취검을 논하는 애주애검파(愛酒愛劍波)등의 세외문파가 성행하였다.

 폐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무주골에서만 박혀 무공을 수련하다보니, 무주골에서는 환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들은 가상세계인 메트릭스에 속해 있을 뿐이라는 무식한 식민파(識憫波)등의 사파들까지 성행해 무사들을 희롱하였다.

 정파인 재야학파(災爺謔波)에서는 이들을 배척하려 노력하였으나 차마 이들을 타파하지 못했다. 훌륭한 성품을 지닌 선비, 환빠의 원로 풍후(風朽)가 전투종족에 맞서 내분을 하지 말고 환국을 지켜야 할 것이라는 간곡한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무주골이 한참 성행할 무렵, 앞서 말했던 전투종족. 크고 하악거릴만 하던 환국의 영토를 발기부전 걸린 남성의 성기처럼 줄여버린 교활하고 사악한 전투종족들이 스스로를 왜(Why)라 칭하며 제주도 이남을 경계로 서로의 영토를 정하자고 청해왔다.

 환국의 정부에서는 이를 두고 격한 토론이 일었다. 무주골의 무사들이 완성되는 때를 기다리자는 자부터 지금 당장 결사항전을 하자는 척사파. 일단 화친을 하자는 비굴한 개자식들까지 수많은 의견이 논해졌다. 그러나 이미 결정은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환국은 대항을 할 수가 없었고, 무주골의 무사들을 기다릴 시간도 없었다. 결국 그들은 화친에 동의했다.

 이 소식이 무주골에 알려지자 무주골의 검사들은 크게 분노하였다. 한참동안 멀쩡한 의자나 탁자에 분풀이를 한 그들은 분노를 간신히 삭인 후, 함께 무공을 갈고 닦으며 왜를 무찌를 그 날을 위해 분노를 삭이기로 맹세하였다.

 이렇게 10년이 지났을 때, 무주골에 한 쌍둥이가 들어오게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갑과 을이었다. 갑은 불 같이 용맹한 성격으로, 어릴적에 큰 십자가에 대가리를 맞아 머리가 그다지 좋지 못하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을은 갑과는 달리 소심하고 나약한 성격으로, 뭔 산삼을 잘못 처먹은 이후부터 머리만 비상하게 좋아져 버렸다.

 그들은 그들을 거둬 준 식민파의 검사가 되었다. 비상한 머리의 을은 곧 식민파의 진리를 깨닫고 가상세계인 이 곳에서나마 훌륭한 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나약하고 소심한 주제에 꿈은 야무지게 컸다. 그는 나라의 씹덕후…… 아니, 열가지의 덕을 지닌 제후, 십덕후(十悳侯)가 되기를 꿈꾸었다.

 공교롭게도 갑 역시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그 역시 훌륭한 소드마스터가 되어 나라에 공을 떨쳐 십덕후로써 천하를 호령하고자 했던 것이다. 갑과 을은 서로 식민파의 무공들을 배우며 언젠가 왜를 무찌르고 이름을 떨치리라 마음 먹었다.

 그렇게 이십년이 지났다. 열살이던 갑과 을은 서른 살이 되었다. 그러나 서로 같던 둘의 위치는 뒤바뀌어 있었다. 을은 만년지체던가 뭔가 하는 체질이었다. 하여튼 무척 재능이 뛰어났기에 금새 식민파의 무공을 배웠다. 거기다가 이른 나이에 이미 사파의 고수 소리를 들었고, 이미 결혼까지 하여 어여쁜 아내를 두고 있었다.

 갑은 달랐다. 그는 도중에 식민파의 철학에 의문을 느끼고 공명정대한 재야학파의 휘하로 들어가 무공을 수련했던 것이다. 그는 머리가 나쁜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지 불철주야로 노력을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는 재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다. 그는 갑처럼 고수가 되기는 커녕, 힘들게 생애를 바쳐 노력한 끝에야 겨우 후기지수라는 이름을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아직 동정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무공을 수련하던 어느 날이었다. 무주골에 왜가 쳐들어 왔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판개루(販慨樓)라는 주점에서 한가로이 판소리를 듣고 있던 갑은 그 소식을 듣고 흥분에 들떠 을을 찾았다. 식민파 근처 역개루(疫愾樓)라는 작은 다락방에서 홀로 무공을 수련하던 을은 갑을 반가이 맞았다.

 "꼭두새벽부터 무슨 일이야? 그리 급하게."

 "지금 무공을 수련할 때가 아니다."

 "뭐?"

 갑은 흥분해서 말했다.

 "왜가 쳐들어 왔어!

 "왜?"

 을은 담담히 그의 말을 받았다. 갑은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크게 외쳤다.

 "당장 나가 싸워야지!"

 "왜?"

 갑은 당황하여 소리쳤다.

 "아니, 우리가 무공을 닦은 목적이 뭐야? 왜에 맞서 싸워야 할 것이 아냐? 그래서 공명정대한 십덕후가 되기로 맹세했잖아."

 "그래. 우리는 십덕후가 되어야 하지. 하지만 지금 나가서 좋을 것이 뭐가 있어?"

 "답답한 친구야. 지금 나가는게 뭐가 어때서?"

 "난 아직 사파의 고수일 뿐이야. 무주골 전체에 이름을 떨치지도 않았는데 지금 나가봐야 일개 잡졸 몇을 상대할 뿐일세. 왜는 천천히 공세를 해 왔으니, 고수가 된 후에 세상으로 나가도 상관은 없어. 어차피 가상세계인걸. 천천히 가자구."

 "아직도 식민파의 철학을 읊고 있는 거야? 난 달라. 나는 이제 후기지수 소리를 듣는 햇병아리지만 참을 수가 없어. 나는 떠날 거야."

 "그럼 잘 가게. 방문 잘 닫고."

 갑은 을의 평안한 소리에 화가 나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러나 을은 허허 웃으며 갑이 간 자리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부억에서 떡국을 끓이다가 그들의 대화를 몰래 엿듣던 부인이 다가와 갑에게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당신, 친구가 떠난다는데 스스로가 걱정되지 않으세요? 무주골의 무사로써 큰 이름을 떨칠 기회인데, 어째서 떠나지 않으시는 거에요?"

 "걱정할 것이 무어 있겠소? 나는 저 친구가 오히려 더 걱정이라오. 바늘만한 무공 실력으로 무엇을 할 지."

 그는 소탈하게 웃으며 생을 초월한 신선처럼 보이려고 혀를 찼다. 그러나 부인은 그것이 마치 병신의 헛소리로만 보여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전쟁터로 떠난 갑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무공을 가르치며 푼돈을 벌던 을은 점차 빈곤해져만 갔다. 가르치던 학생들이 왜군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로 향했기 때문이었다. 부인은 빈곤해지는 살림과 갑을 보다 못해 충고했다.

 "당신, 이제 슬슬 전쟁터로 향해야 하지 않겠어요?"

 "무슨 소리! 이제 전쟁은 시작일 뿐이오. 아직 내 무공이 극성에 다다르지 못했으니 지금 나가야 무엇하겠소? 거기다가 이 생은 한낱 가상이며 꿈일 뿐이라. 내 목숨이 귀중할지니, 모든 것이 끝나기 직전에 나가 이름을 떨치는 것이 옳소."

 부인은 머리를 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을 믿으며 다시 십년을 보냈다. 그러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제자는 점점 사라져가고, 수입은 없어져만 갔다. 가끔 갑의 소식이 전쟁터에서 들려왔다. 큰 공을 세워 이미 오덕후의 지위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십덕후에 오를 날이 머지 않았음이 틀림 없었다. 거기다가 왜가 곧 물러난다는 소문도 있었다.

 판개루에서 귀를 기울여 소문을 듣던 부인은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가슴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 그녀는 마당에서 무공을 수련하는데 여념이 없는 을에게 다가가 쏘아붙였다.

 "전쟁이 끝나간대요! 언제까지 그렇게 백수로 있을 생각이세요! 애들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아요?"

 을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

 "옛 중국의 주왕은 3년간 방탕하며 세월을 보냈지. 그러다 마치 붕이 날개를 피듯 날아올랐다오. 나도 그의 고사를 본받고자 함이니 염려치 마시오."

 그러나 부인은 물러서지 않았다. 20년 동안 을과 함께 살며 눈에 씌인 사랑의 콩깍지가 사라지고 현실을 보는 냉정한 안목이 생겼던 것이다.

 "주왕은 3년을 그랬다지만 당신은 20년 째 이러고 있어요. 당장 나가요! 전쟁에서 공을 세우기 전에는 밥도 주지 않을 거에요."

 "허허 당신……."

 "공을 세우고 오기 전엔 말도 하지 않을 거에요!"

 부인은 단호했다. 을은 이어지는 부인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다가 탄식하며 이렇게 내뱉고 집을 나섰다.

 "아깝다! 내가 무공을 극성하기로 마음 먹었것만, 이제 8성인걸."

 그는 갈고 닦은 무공, 키보도(Keyboardo)를 이용하여 붕이 날개를 펴듯 단숨에 날아올랐다. 이제 드디어 그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세상을 주유했다. 때론 덕이 많은 현자들이 모여 산다는 덕골로스(Dukgoolos)에, 때로는 방탕한 미친자들의 천국이라는 막장(working face)골에 머무르며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왜군의 소문은 없었다. 들리는 것은 온통 천하태평의 이야기요, 왜를 무찌른 놀라운 무사의 이야기 뿐이었다.

 "전쟁이 끝났대."

 무기를 만드는 장인이 그렇게 말했다. 무기 장인으로 명망이 높은 '전쟁의 기술의 세계'의 늙은 장인이 한 말이었다.

 "노인장, 그게 사실이오?"

 수염을 덮수룩하게 길러 마치 설인처럼 보이는 을이 그렇게 얼굴을 들이대자 장인은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던 토마호크를 떨어트렸다.

 "에그머니나, 늙은이를 죽일 셈인가? 놀라게 좀 하지 말게."

 을은 다급하게 늙은이를 흔들었다.

 "그것보다, 빨리 말해보시오.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 사실이냔 말이오."

 "아직도 그걸 몰랐어? 갑장군이 왜국을 토벌했다네. 남아메리카에 있는 마지막 왜의 세력을 멸망시켰지. 듣기로는 그 공으로 이번에 십덕후의 작위를 수여 받았다는구만."

 을은 허탈감이 마음에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차오르는 눈물을 삼켰다. 허탈감 때문에 정신이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옛 독재자 히틀러를 좌파라고 부르고 싶다는 미친 감정에 휩싸였다.

 "그게 사실이오?"

 "사실이라니까?"

 "정녕, 사실이라는 말이오?"

 "에잉 귀찮게시리."

 노인은 무시무시한 힘으로 전광석화와 같이 돌격하여 을을 떠밀었다. 그러나 을은 반격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그게 사실이란 말이오. 그게……." 하고 하염없이 중얼거릴 뿐이었다.

 밤이 다 가도록 그는 그렇게 눈물을 흘렸다. 눈에서 눈물 대신 피가 흐르기 직전에,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렇게만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키보도를 다시 발하여 무주골로 향했다. 사실을 눈으로 봐야만 했던 것이다.

 무주골에 도착하였을 때, 그의 눈에 생각은 하였으나 뜻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개선행렬이었다. 갑의 개선을 축하하며 무주골의 모두가 나와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남루한 옷을 한 자신의 늙은 아내도 있었다.

 "여보."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아내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만 뒤를 돌아 조용히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을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것을 느꼇으나 아무 말 하지 않고 아내의 손을 잡아 집으로 이끌었다.


 그 뒤 을의 행방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을의 아내는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고, 을은 상심하여 아내의 무덤에서 통곡을 하다가 이내 마음을 다잡고 학생들에게 무공을 가르쳤다고 한다.

 을은 돈을 별로 벌지 못했다고 한다. 무공은 이미 인기가 없어진 뒤였고, 소드마스터들의 찬란했던 영광은 역사 속에 묻혀 더이상 발휘되지 못했다. 그는 결국 그가 경멸했던 정파, 재야학파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세가 되었다. 쥐꼬리만한 수업료를 내는 정파의 아이들은 그를 자학사관이라고 비난했으나 늙은 그는 그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허허 웃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을은 자리에 누웠다. 돈이 없어 가정에 소홀했던 탓으로 일곱 자녀 중 임종에 함께 했던 자녀는 하나 뿐이었다. 그나마도 자식은 그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았다. 그저 주위로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그에게서 더 얻어낼 것이 없을까 궁리를 할 따름이었다.

 "얘, 좀 들어보려무나."

 그는 훌쩍거리며 귀를 기울이지 않는 자식에게 말했다.

 "나는 훌륭한 무사였단다. 아주 훌륭한 사파의 고수였지."

 "어머니 말로는 별 볼 일 없었다는 데요."

 "아비에게 그런 소릴!"

 그는 기침을 콜록거렸다. 그러나 무공에 빠져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란 자식은 그의 기침소리를 외면했다.

 "어쨋든, 나는 그다지 나쁜 인생을 살지는 않았어. 네 어머니도 만났고, 너처럼 임종을 봐 주는 자식도 있고 말이다."

 "예."

 자식은 건성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머니는 늘 갑장군이 떠났을 때에 당신이 같이 떠났으면 이렇게 가난하게 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하셨죠."

 "또! 또! 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니까!"

 그는 눈을 한참동안 깜빡거린 뒤 말을 이었다.

 "나는 말년에 드디어 무공의 극성을 이룩했단다. 아무도 이루지 못한 경지지! 네 어머니도 지하에서 기뻐하고 있을 게다! 아, 갑 그놈봐라.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아직 무공은 내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할 걸? 고놈 참 안되었지 뭐냐."

 그는 끌끌 웃었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올바랐는지, 또한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말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정신적 자위행위에 지나지 않음을 그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지막 소리를 끝내기도 전에 죽음이 그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마지막으로 힘을 내어 유언을 남기려다가는 '아!'하는 탄성을 지른 뒤에 그만 죽고 말았다. 자식은 을의 횡설수설하는 소리를 담담히 듣다가는 죽은 을의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그러다가 장의사에게 을의 죽음을 알리는 편지를 썼다.

 


 현재까지 전하는 십덕열전(十悳列傳)의 십덕을가(十悳乙歌, 십덕을 추구한 을의 노래)에서는 그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아! 을!

 아! 을!

 

 

 내용이 없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십덕을 갈망한 많은 이들 중 아무런 위업도 이루지 못한 자는 이밖에 없었으므로.

 후세의 많은 자들은 그를 비웃고 욕한다. 무공을 모두 이루었지만 자식과 부인을 가난에 빠트리게 하였으며, 그 무공은 후세에 전하지도 못하였지 않냐는 것이 그 주된 주장이다.

 그러나 열전을 편집한 사관은 이에 덧붙여 전한다.

 "을은 나약하고 천성이 소심하였으나 재능이 있었으며 심지가 굳었다. 만일 세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을의 심지가 굳지 않았다면 혹독한 무공수련을 그가 행할 수 있었겠는가? 다만 그릇된 판단으로 심력을 소모하여 역사에 전하지 못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by 호워프 | 2008/05/07 16:18 | 소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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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위래 at 2008/05/15 01:35
우왕 ㅋ 굳 ㅋ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8/05/15 18:58
그는 결국 그가 경멸했던 정파, 재야학파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세가 되었다.

이런 십덕.
Commented by 호워프 at 2008/05/16 17:35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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